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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시 빈곤층과 청소년 문화, 박화영을 통해 보다

by 띵동 알림 2025.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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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박화영은 단순히 한 인물의 삶을 다룬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도시 빈곤층 청소년들의 현실, 가출팸 문화, 사회적 방치라는 뼈아픈 구조적 문제가 숨어 있다. 화려한 도시 이면에 존재하는 이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본 글에서는 박화영을 통해 바라본 도시 속 청소년 빈곤의 실태와 왜곡된 문화 형성 과정, 그리고 우리가 외면해선 안 될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출팸: 도시 빈곤의 또 다른 얼굴

 

박화영 속 주요 인물들은 모두 집을 떠나거나 가정으로부터 소외된 가출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흔히 ‘가출팸’이라 불리는 집단을 이루어 좁은 원룸에서 함께 생활하며, 서로에게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하지만 이 공동체는 보호막이기보다는 오히려 폭력, 착취, 배신이 반복되는 불안정한 구조다. 도시 빈곤층 청소년들은 경제적 기반도, 정서적 지지망도 없이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며, 가출팸은 그들이 선택한 최후의 생존 방식이다. 가출팸은 단순한 문제 청소년 집단이 아니다. 이들은 대체로 가정 내 학대, 방임, 극심한 빈곤을 경험한 후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이다. 사회는 이들을 ‘비행 청소년’이라 규정하지만, 정작 그 원인이 되는 빈곤과 사회적 무관심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다. 박화영은 이러한 점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왜 아이들이 집보다 거리에서 더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었을까?” 도시라는 공간은 겉으로는 기회가 많은 듯 보이지만,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난 이들에게는 냉혹한 공간이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일자리도, 교육도, 주거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박화영이 반복적으로 '집'이라는 단어를 거부하고, '밥'에 집착하는 모습은 결국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한 아이가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방어기제인 셈이다.

청소년 문화의 왜곡: 생존이 만든 규칙들

영화 속에서 청소년들은 특정한 문화를 공유한다. 욕설, 폭력, 위계, 배신이 일상화된 그들만의 생태계는, 일반적인 또래 문화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이 문화 역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라 빈곤과 사회적 단절이 만들어낸 생존 방식이다. 즉, 이들은 생존을 위해 약육강식의 논리를 내면화하고, 감정 표현보다 자기 보호에 집중하게 된다. 특히 박화영의 행동은 전형적인 ‘보스’ 캐릭터로 비치지만, 그 내면은 끝없이 무너지는 공동체를 간신히 유지시키려는 아이의 몸부림이다. 그는 끊임없이 규칙을 만들고, 어길 경우 강한 제재를 가한다. 그것이 자신이 살아남는 방식이었고, 그룹을 유지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들의 문화는 타락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왜곡된 것이다. 현대 도시에서 청소년들은 경쟁과 비교 속에 놓여 있으며,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성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쉽게 낙오자가 된다. 그런 기준 속에서 박화영 같은 아이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 문화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곧 왜곡된 또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 SNS 같은 디지털 도구는 이들에게 또 다른 사회를 제공하지만, 그 안에서도 위계, 혐오, 폭력이 반복된다. 박화영은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며, 단순히 ‘아이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본질적 물음을 던진다.

방치된 구조: 어른과 시스템의 부재

박화영에서 어른은 배경에 존재할 뿐, 실질적으로 아이들의 삶에 개입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부모, 교사, 경찰, 상담교사 등은 존재하지만 아무도 박화영과 그 친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무관심, 편견, 포기 등으로 아이들을 더욱 외면한다. 이는 오늘날 한국 도시에서 빈곤층 청소년들이 처한 구조적 고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복지 제도는 있으나 접근이 어렵고, 청소년 쉼터나 자립 지원기관도 정보가 제한되며 입소조차 쉽지 않다. 심지어 쉼터에서조차 집단생활 내 갈등, 외부 폭력 노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청소년들은 제도에 의지하는 대신, 스스로 만들어낸 비정규적 생존 구조 안에 갇히게 된다. 이 영화는 도시라는 공간이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없는 현실을 고발한다. 이들은 놀이 공간도, 대화 상대도, 신뢰할 어른도 없이 방치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점점 더 고립되고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사회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 체계다. 우리가 이 영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박화영의 외침이나 분노가 아니라, 그녀가 왜 그렇게밖에 살 수 없었는지를 돌아보는 자세다. 그리고 그것이 곧 도시 청소년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박화영은 도시 빈곤과 청소년 문화의 왜곡된 단면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불편하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우리가 너무 오래 외면해온 현실 때문일지도 모른다. 청소년의 일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만든 결과물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비난이 아니라, 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그 시작은, 관심과 이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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