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왜 다시 『대도시의 사랑법』인가?
박상영 작가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문장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도시 한복판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흔들리는 감정들을 너무도 현실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이, 드라마로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넷플릭스가 제작에 참여할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팬들의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단순히 한 편의 소설이 영상화된다는 걸 넘어서, 한국에서 퀴어 콘텐츠가 주류 플랫폼을 통해 널리 퍼질 수 있을까 하는 질문까지 함께 던져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드라마화 소식이 가진 의미를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원작이 특별한 이유, 드라마가 기대되는 이유
『대도시의 사랑법』은 퀴어 로맨스를 다루지만, 그 안에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의 본질’이 담겨 있다. 주인공 영주는 삼십 대의 평범한 게이 남성으로, 사랑에 서툴고 늘 상처받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이야기는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마음에 와닿는다. 고독, 자존감, 사랑의 망설임 같은 감정은 어느 누구에게나 익숙한 것들이다.
특히 박상영 작가의 문장은 날카롭고도 다정하다. 대사를 읽다 보면 가끔 멈춰서 되새기고 싶을 정도로, 우리의 감정을 정곡에 찌르는 문장이 많다. 그 감성이 화면 위에 펼쳐진다면 어떤 분위기가 될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게다가 이 소설 속 사랑은 결코 반짝이거나 예쁘기만 하지 않다. 질투, 오해, 외면, 감정의 파편들이 현실적으로 묘사되고, 그런 점이 오히려 진짜 ‘사랑’처럼 느껴진다. 드라마로 구현될 경우, 감정선에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단지 퀴어가 아닌, 지금 우리의 이야기
사실 『대도시의 사랑법』 드라마화 논의가 의미 있는 이유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퀴어 서사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TV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성소수자 캐릭터들이, 이제는 드라마와 영화, OTT 시리즈에서 점점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진지하게 다룬 ‘이태원 클라쓰’, 관계의 복잡한 결을 다룬 ‘헤어질 결심’, 그리고 요즘 떠오르는 다양한 OTT 드라마들까지—그 흐름 위에 『대도시의 사랑법』이 올라선다면, 한국 퀴어 콘텐츠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다름’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이 소설의 문장을 SNS에서 공유하고, “이건 꼭 내 얘기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작품이 담고 있는 외로움과 사랑의 진실은, 정체성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닿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마무리하며
단지 ‘퀴어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가는지를 담은 이야기니까.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이 작품이 영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이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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