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LA는 흔히 '꿈의 도시'라 불립니다. 햇살, 야자수, 영화, 별빛—모든 게 눈부시죠. 영화 라라랜드도 처음엔 그런 도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안에 감춰진 감정들이 보입니다. 이 영화에서 LA는 그냥 배경이 아닙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비추는 거울처럼 작용합니다.
LA는 시작점일까, 아니면 끝나지 않는 무대일까?
영화는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시작됩니다. 땡볕 아래 차에 갇힌 사람들이 갑자기 차 문을 열고 나와 노래하고 춤을 추는 장면, 다들 기억하시죠? 처음엔 마치 ‘여기서라면 뭐든 가능해!’라는 메시지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곧 등장하는 미아와 세바스찬의 삶을 보면, 이 도시가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미아는 배우를 꿈꾸지만 수많은 오디션에서 계속 미끄러지고, 세바스찬은 진짜 재즈를 하고 싶지만 현실은 식당 피아니스트로 연명 중입니다. 이들은 열정이 있지만, 그 열정을 펼칠 기회는 늘 부족합니다. LA는 누군가에게 꿈의 출발선이지만, 누군가에겐 계속해서 미끄러지는 러닝머신 같기도 합니다.
도시가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순간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그리피스 천문대 씬이죠. 현실에서 벗어나 중력을 거스르며 하늘을 날던 두 사람. 그 장면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현실에선 이룰 수 없는 로맨스에 대한 은유 같아요.
그리고 영화 후반, 미아와 세바스찬이 다시 마주칠 때 그들이 함께했던 공간들이 다시 스쳐 지나가잖아요. 그때 느껴지는 감정은 설명이 어렵습니다. 아련함, 후회, 동시에 따뜻함까지. 마치 도시 전체가 두 사람의 기억을 함께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아요.
LA는 이 영화에서 감정을 담아내는 또 하나의 주인공입니다. 높은 언덕길, 지하 재즈바, 해변가, 카페—모든 공간이 그냥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흔적이 묻은 장소로 기억됩니다.
모든 꿈엔 대가가 있다
라라랜드의 엔딩은 마음을 참 이상하게 만들죠. 미아는 배우가 되고, 세바스찬은 자신의 재즈 클럽을 엽니다. 둘 다 꿈을 이뤘어요. 그런데... 둘은 함께가 아니에요.
꿈을 이루기 위해선 어떤 감정은 놓아야 하고, 어떤 사람은 보내야 한다는 걸 이 영화는 조용히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아가 세바스찬의 클럽에 우연히 들어가고, 둘이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리고 이어지는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의 시퀀스. 그 장면이 꿈을 이룬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씁쓸한 판타지라고 느꼈어요.
LA는 그걸 보여줘요. 누구나 꿈을 꾸지만, 그 꿈엔 언제나 대가가 따르고, 그 대가는 대개 ‘사람’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결국 이건 우리 이야기다
라라랜드는 “도시는 꿈을 준다”는 말과 동시에 “그 꿈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영화입니다.
LA는 누군가에게 여전히 반짝이고,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차갑습니다.
그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하죠.
혹시 지금 당신도 어떤 꿈을 좇고 있다면, 아마 이 영화를 다시 보면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그 반짝이는 장면들이, 그 음악들이, 때론 설레고 때론 먹먹했던 기억으로 돌아올지도 몰라요.
라라랜드는 단순히 로맨스 영화가 아닙니다.
도시와 청춘, 사랑과 욕망, 타협과 성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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